겨울 자전거 여행 6부 : 여행 셋째날 [하동-벌교]




자고 일어나니 으슬으슬하고 머리가 띵한것이 하루의 시작이 좋지않습니다.



커텐을 열고 밖을 쳐다보니 벌써부터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아이고.



예전에 눈밭에서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드리프트라며 좋다고 놀다가 자빠진 기억때문에



눈쌓인 길은 가고싶지 않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일단 아침밥을 먹어야 합니다.



하동하면 제일 유명한것이 섬진강가에서 잡히는 재첩으로 만든 재첩국입니다.



재첩을 푹 삶은 국물에 간을해서 정구지(부추)송송썰어 넣으면 그 구수한 향이 음~



재첩국은 숙취에 좋다는데 대략 머리가 아프고 으슬으슬한것이 술먹고난 다음날과 같으니 효과가 좋을것 같아 여관 카운터 아주머니께 근처에 괜찮은 재첩국집 없냐고 여쭙니다.


"쌧지~ 근데 이 새벽에는 장사안해~ 시골이라서~"



그러고보니 7시입니다. 여기서 또 한참 고민합니다.


눈도 온다는데 한숨 더 자고 재첩국먹고 푹 쉬어부러?


아니야.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하루가 어찌돌아갈지 모르는데.



결국 타이즈에 방풍자켓에 버프에 있는 옷은 모조리 껴입고 하동읍내를 쏘다닙니다.


안그래도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 밥도 안먹고 아침부터 쏘다니니 이가 딱딱 부딛칩니다.



...


역시 아무리 찾아도 아침식사 되는곳이 없군요.


재첩국의 고장에서 아침 재첩국이 없다니 ;;


제가 어릴때만해도 동네마다 재칫국아지매가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하며 새벽을 깨웠는데.


결국 편의점을 하나 발견하고 컵라면하나와 삼각김밥 두개를 사서 아침을 때웁니다.


폐인같은 모습으로 쭈구려앉아 먹다보니 어느덧 해가 뜨고, 해가뜨니까 바람이 좀 불긴해도 눈은 안올것 같습니다.



속에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까 하루 편히 쉬겠다는 나약한 마음은 사라지고 일단 되는대로 코앞 광양까지만이라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양은 하동보다 크니까 찜질방이라도 있어서 여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그래 오늘은 샤방샤방 달려서 광양까지만 가자" 라고 듣는이도 없는데 괜스레 말해보곤 자전거를 끌고 숙소에서 나옵니다.



맞바람을 뚫고 하동읍내를 통과하니 다리가 하나 나옵니다.


다리 끝에는..



벌써 광양입니다.


광양까지만 가자고 했는데 20분만에 도착하니 왠지 허무한 느낌입니다.


아무튼 일단 행정구역상으로나마 일단 경상남도를 벗어났습니다.

만세!!






여행하면서 안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도시나 읍으로 진입하려면 어김없이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나 읍에서 빠져나갈때도 마찬가지 OTL


하동 들어올때도 횡성고개에서 개고생했었는데, 하동 벗어날때도 어김없습니다.


지그재그를 그리며 산을 오르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계속 하동이 보입니다 OTL


하지만 업힐이야말로 라이딩의 진수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차근차근 페달을 밟습니다.


이니셜 D에서 보면 타쿠미가 하중이동의 중요성에대해 설명하면서 도랑타기같은 개 사기기술을 보여주는데,
자전거타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하중이동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본은 업힐시에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다운힐시에는 무게중심을 뒤로 하는것이죠.


손은 바엔드를 끌어당기듯 잡고 상체를 앞으로 덮어주듯 당기고 페달을 열심히 밟습니다.



으쌰으쌰~ 경사가 가파르더라도 케이던스(페달링 RPM)은 70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잘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둥글게 페달링 합니다.


또 여행하며 깨달은것이 있다면 여행시에는 운동할때처럼 무리한 페달링보다는 끌바나 자주 휴식하는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요.


여행 초반에는 기합까지 질러가며 한발짝한발짝 언덕을 올랐는데 요령이 좀 생기다보니 땀이 흐르지 않을정도로, 즉 80%의 체력을 써서 오르는것이 앞으로의 체력관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땀을 흘리면 휴식할때 체온이 급하강해서 신체 밸런스를 깨고 다리에 무리하게 강한힘을 주는것보다 적은힘으로 많은 반복을 하는것이 체력회복과 관절건강에 좋습니다.

*3줄요약
업힐시에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체력의 80%만 써서
둥글고 가볍게 페달링 하자. ㄱㅅ


다행히 업힐뒤엔 어김없이 다운힐이 있습니다.

가끔 낚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만 결국은 내려가게 되어있지요.


하동옆에 있는 산(이름까먹었음. 산신령님아 ㅈㅅ)을 넘고나니 그후로는 쭈욱 평탄한 도로가 이어집니다.



신호만 받지 않으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고 싶은 좋은 길이죠.


가끔 이런 것들이 저를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모가지가 똥꾸멍에 박혀있는 기린이라.. 평민의 눈으로는 이해안되는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것같습니다.



쭉쭉 달리다가 별안간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또 한참 서서 고민합니다.


아 왜 광양과 순천이 같은쪽이 아니지? 2번국도타면 분명히 광양다음에 순천인데. 순천 바로가는길에는 슈퍼초울트라짱쎈언덕이 있는건 아닐까? 아 어디로가지 어디로가지...


심사숙고끝에 3초만에 그냥 2번국도타고 계속가기로 결정합니다.



또 계속해서 평탄한 도로가 이어집니다. 도로사정은 좀 안좋아졌는데 차들이 많이 없어서 나름 괜찮습니다.



자전거 여행의 쾌적도는


언덕없음>차없음>갓길넓음>화물차없음

순으로 결정되는것 같습니다. 종합하면 언덕길에 화물차많고 갓길없으면 최악. 진해가던길이 떠오릅니다 - _-



아무튼 가다보니 꽤 큰 다리가 하나 더 나옵니다.



여기가 섬진교군요. 그럼 밑에 흐르는 이강이 섬진강인가 봅니다.




강건너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걸로 봐서 저쪽이 광양인가 봅니다.


광양에는 제철소가 있다는걸 이제야 떠올렸습니다. (더 빨리 떠올렸어야 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자여러분(그리고 여행계획하시는 분들)!


여행지로 공단근처는 꼭 피합시다 - _- 특히 광양,진해,부산같은 임해공업단지는 피합시다.



바닷바람을 안으며 옆으로는 담뿌트럭이 부웅~


한번쯤 경험하시는것도 좋은데 그쪽으로 달리면 하루에 수백번 그런일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ㅡ,.ㅡ



아무튼 이날은 정말 춥고 바람많이 부는날이었습니다.


광양만의 바닷바람은 정말 굉장해서 평지에서 끌바를 해야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광양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



시가지가 보이니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광양까지 오기까지 트럭사이에 끼어 길도 못찾고 바닷바람 맞으며 빙빙 돌다 나침반의 힘으로 겨우 2번 국도에 합류했습니다. 헉헉. 순간 아까 바로 순천가는 지방도 탈걸..하고 후회를 했습니다.




아무튼 광양에는 도착했네요. 이제 어떡해야할지 또 갈등되려는 찰나, 앞에있던 만두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만두는 나옴과 동시에 먹어치우고 지도를 봅니다.


음.. 광양에서 순천이 무지하게 가깝습니다. 계속 달리다보니 머리띵한것도 사라졌고, 걱정했던 눈도 오지않습니다.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달리기를 잘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하루 쉴까하는 생각을 접어두고,


다시 순천까지만 달리기로 합니다..

겨울철 라이딩에서 의외로 추위를 많이 타는 부분이 발인데, 여태 괜찮던 발이 오늘은 갑자기 시려워 져서 발에 핫팩을 붙입니다.


대략 이런핫팩인데, 파스형태로 되어있고 지속시간이 길어서 따뜻하게 다닐수 있습니다.


다시 국도라이딩 고고싱~




확실히 전라도는 산이 많이 없는 느낌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고 달리는데 힘들게 하는것들도 별로 없습니다.

오늘은 차들도 별로 없어서 다행이군요.

길가의 모래들이나 조심하며 페달을 밟습니다.

신호대기하다 길가의 호두과자파는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호두과자도 천원치 사서 호주머니에 넣고 하나씩 빼먹습니다.


아주머니가 한웅큼 더 얹어주셔서 볼이 뽈록하도록 호두과자를 먹습니다.

달콤한 팥앙금이 에너지를 삽시간에 보충해주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계속달려 13:00경 드디어 순천에 도착했습니다. 또 생각보다 빨리왔네요. 저녁에 도착해서 순천에 사는 후배놈이랑 저녁이나 먹으려 했더니 너무 이릅니다.


또 갈등합니다.


편의점에가서 커피한잔마시며 지도를 펴봅니다. 음.. 오늘은 원래 광양까지만 가려던건데...



보성까지가 80킬로미터남짓, 벌교가 30킬로미터남짓입니다. 보성은 무리일것같고 벌교까지는 가능할것 같네요.


다만 벌교에는 찜질방이 없을게 뻔하므로 3초간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합니다.


단꿀과 조청이 흐르는 순천을 뒤로하고 다시 국도로 나섭니다.



드디어 보성군 입성~!!





그런데 여기부터 길이 살짝 안좋아집니다.



날씨도 살짝 흐려집니다.



산이 나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까마신 커피의 카페인탓인지 업힐을 오르는건 힘들지 않았으나, 날씨가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눈이 쌓이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쌓일지 모르니 빨리빨리 가는게 급선무 입니다.


헉 눈이 더 많이옵니다.


펄펄 날립니다 헉헉..



산을 올라가다보니 상호명이 "언덕위의 하얀집"이라는 가게가 있네요 - _-


사진 찍어두고싶지만 그럴 여유부릴 시간 없으니 패스


시간은 네시반이 넘어가고... 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해지고 눈쌓이면 대책없으니 빨리 갑시다 ㄷㄷㄷ



언덕 꼭대기에 올라 밑을 내려보니 눈보라때매 10m앞이 안보입니다.


조심조심 내려가다보니 벌교로 빠지는 17번 국도가 있습니다. 휴~


국도에서 빠지자마자 있는 모텔로 들어가서 숙박하기로 결정합니다.


오늘은 숙박비고 뭐고 결정의 여지가 없군요.



그와중에도 숙박비 5000원 에누리하고 자전거를 안전한 곳에 묶어놓고 객실로 올라갑니다.


다행히 방이 좋아서 오늘은 푹 쉴수 있겠습니다. ^^


기분좋게 커텐을 걷어 창밖을.....







눈 ㅅㅂㄹㅁ... 그새 그쳤냐...



국도변의 외딴 모텔이라 적당한 저녁먹을곳이 없었는데, 근처에 있던 모 가든 주인아주머니께서 인정좋게도 만원짜리 곱창전골을 그냥 오천원에 주셨습니다 ㅜㅜ

계속 주시는거 계속먹고 이야기 좀 나누다 객실로 와서 잠이 들었습니다. 넘 감사했음다 아주머니~




12/28 data

주행거리 : 71.71km
주행시간 : 4:48:52
평균속도 : 14.89km/h
평균케이던스 : 74
최고속도 : 50.86

---

아침밥(라면,삼각김밥2) : 2,050원
칼로리바란스2+껌 : 2,700원
점심밥(찐만두) : 2,500원
호두과자 : 1,000원
커피 : 900원
숙박비 : 25,000원
저녁밥(곱창전골) : 5000원

계 : 39,150원

===

처음엔 힘들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좋아졌던 근성라이딩의 하루였습니다.
돈이 좀 많이들었지만 3일간 하루거리를 단축했으니 그걸로 만족 ^^
그리고 인심좋은 아주머니 덕분에 저녁밥을 너무 맛있게 잘먹어서 기억에 오래남을것 같습니다.


^_^)v
이글루스 가든 - 자전거 타고 룬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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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쓰 | 2007/01/23 21:46 | 잔차 라이프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정명은 at 2007/01/24 01:54
사진에 보이는것은 하동 화력발전소 네요..
태인교 건너서 보이는게 광양제철소 입니다.
참고로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 입니다.
제철소 주택 외곽도로로 라이딩하셨으면 화물차의 끔찍한 기억을 안하셨을텐데.
아쉽네요..
Commented by RocknCloud at 2007/01/24 02:04
갑자기 이니셜D의 명 대사가 떠오릅니다....

"감동데끼다!!!!"

더더욱 기대됩니다. 화이팅!
Commented by 江湖人 at 2007/01/24 03:07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닥쓰 at 2007/01/24 18:58
정명은// 아 하동 화력발전소군요. 어쩐지 이상하다 했습니다.(뭐가)
한번 실수했으니 담부턴 그리로 안가면 되죠.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RocknCloud// "오니쨩 야메떼~" (응?)

江湖人//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이영주 at 2007/01/25 01:15
부산사는데 잼께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동갑인거 같네요 ㅋㅋ
Commented by 찌찌환 at 2007/01/25 20:27
저도 잼꼐 보고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말 업뎃 자주해주셈.
Commented by 닥쓰 at 2007/01/26 20:22
이영주// 헛 제나이는 어떻게 아셨나요?
찌찌환// ㄳ
Commented by lugano8386 at 2007/01/29 12:00
^^ 좋은 아주머니 네요..곱창전골.. 이거 참 혼자 먹기 힘든 음식이죠. 팔지를 않으니 말입니다.^^ 좋은 아주머니 만세,
Commented by 세훈 at 2007/03/01 01:57
"다행히 업힐뒤엔 어김없이 다운힐이 있습니다.

가끔 낚이는 경우도 발생합니다만 결국은 내려가게 되어있지요."

한참 웃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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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aid...
나의 어릴적 꿈은
맥가이버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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